2014년 1월 5일 일요일

기원전 기원후

기원전을 뜻하는 BC와 기원후를 뜻하는 AD는 그 의미가 무엇이든 지금은 너무나 널리 쓰이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려고 하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일본이 아직도 메이지(明治)니 헤이세이(平成)이니 하는 연호를 사용하여 연대 표시를 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연대표시라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나라에서 같은 것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1950년대까지는 단기(檀紀, 단군 기원)를 사용했다.

특히 BC와 AD가 어떤 의미를 갖고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알고 나면 여러분의 생각에 꽤 큰 충격이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말부터 살펴보자. 기원(紀元)이란 햇수를 세는 기준이 되는 해를 뜻한다. 그러니까 기원전(紀元前)이란 햇수를 세는 기준이 되는 이전이란 의미다. 사실 나로서는 이 단어의 의미를 오래전부터 이해할 수 없었다. 선사시대(先史時代)가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이전 시대란 것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기원전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대단한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고, 인류의 기원, 문명의 기원, 다양한 종교의 기원, 철학의 기원이 될 만한 자취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햇수를 세는 기준이 왜 그때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도 기원전 시기가 햇수를 세는 기준도 못 되는 낙후된 시대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기전(西紀前), 그러니까 서양에서 사용하는 기원 이전이라는 명칭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원전이란 명칭은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기원전, 즉 BC는 기원후, 즉 AD와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BC는 알다시피 ‘before Christ’, 즉 ‘그리스도 이전’이란 의미다. 그러니까 결국 기원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뜻한다. 그리스도 탄생 이전은 햇수로서의 의미도 없다는 기독교적 사고의 산물인데, 이것도 사실은 17세기에 들어서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A.U.C.(ab urbe condita), 즉 ‘도시의 건립으로부터’라는 뜻을 갖는 용어를 사용했다. A.U.C.는 기원전 753년이 원년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도시란 곧 로마를 의미한다. 한편 A.M.(anno mundi)도 사용했는데, 이는 ‘세상의 해’라는 의미로 기원전 3761년에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보는 유대교 책력에 따른 것이다.

한편 AD는 ‘anno Domini’, 즉 ‘주님의 해’란 뜻으로, 이를 처음 제정한 이는 로마의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였다. 500년 무렵 스키티아에서 태어난 그는 예수의 탄생 연도를 로마의 건국기원 753년으로 계산했는데, 실제로 예수는 그보다 약 4년 앞서 탄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그가 제정한 서력기원, 즉 서기는 유럽에선 11세기, 스페인에선 14세기,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15세기가 되어서야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나 더! 디오니시우스는 0이란 숫자를 활용할 줄 몰랐다. 그런 까닭에 기원을 0년부터가 아닌 1년부터 시작했으며, 이 전통이 이어져 21세기 또한 2000년이 아닌 2001년에 시작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원전과 기원후 - BC와 AD (세상의 모든 지식, 2007.6.25,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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