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5일 일요일

[BC16~12세기] 아마존 전설




<기원전 540년경 그리스 도자기에 나타난 그림으로서, 전설 속의 인물인 아킬레우스가 아마존 족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살해하는 모습>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꾸준히 지속되어온 사람들의 습성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 같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처럼 문화수준이 높았던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전쟁을 늘 있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현인들도 전쟁 자체는 싫어했지만, 그 불가피성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결코 의문을 품지 않았다.


전쟁은 사람들이 농업을 발견하고 집단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구석기시대에도 사람들끼리 싸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조직화된 군대로 전략과 전술의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싸우게 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였다. 신석기시대 집단 주거지의 출현은 농업의 발견 못지않게 전쟁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전략과 전술은 구석기시대의 습관화된 사냥 방식을 인간집단에 적용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즉 창 · 활 · 단검 · 손도끼 · 돌팔매 등을 이용하고 지휘관의 통제 하에 병사들이 대형을 갖추어 움직이게 된 것이다.


군사사학자(軍事史學者)들은 전쟁사를 연구할 때 기본적으로 문서상의 기록에 의존하며, 대부분은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Herodotos)가 최초로 기록을 남긴 페르시아 전쟁으로부터 출발점을 잡는다.


페르시아 전쟁 이전에도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고고학적 발굴물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만 기록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싸웠는가는 잘 알 수 없다. 선사시대의 전쟁과 전략전술을 정확히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먼 신화 또는 전설을 통해 선사시대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그 가운데는 전쟁사를 이해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 가운데는 아마조노마키(Amazonomachy)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그리스어는 여전사들로 구성된 아마존(Amazons) 족에서 유래한 말로서, 그리스 남자들로 구성된 전사들과 침략한 아마존 족 간에 벌어진 전투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싸움 잘하는 아마존 족의 침략을 남자전사들이 나서서 격퇴시킴으로써 그리스를 지켰다는 내용을 주제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성 대결적인 전투에서 남자들이 승리하고 남자의 자존심을 지켰으며, 그 후 그리스 역사는 남자들이 주역을 담당하여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아마존 족의 존재와, 아마조노마키는 역사적 사실이었을까? 오늘날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이 센 여자를 말할 때 '아마존'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아마존 족에 관한 전설은 남자의 무용(武勇)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리스 문화에서 정반대의 세계를 상상하는 가운데 지어낸 이야기들이지,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그것은 상상의 세계를 다루는 문학이나 그림에서나 다루는 이야기일 뿐, 결코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에 우크라이나 남부지방에서는 사르마트 족 전사들의 무덤이 발견되었고, 기원전 4세기로 추정되는 그 무덤들의 약 20%가 여전사들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젊은 여자 두개골과 그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과 화살 · 화살통 · 단검 · 갑옷 등이 나오고, 두개골이 크게 상처받은 형태나 뼛속에 박혀 있는 청동제 화살촉 등이 발견된 것은 사르마트 족 가운데 여자전사들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아마존 전설에서 여전사들이 활동한 지역 중 하나로 이미 알려진 곳이었다.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사르마트 족은 그리스의 젊은 청년들과 아마존 족의 일시적 결혼에 의해 생긴 후손들이었다.


여하튼 그 발굴은 아마존 족에 대한 전설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 후 사람들은 아마존 전설을 완전히 가공된 이야기로만 보기보다는, 적어도 여전사들이 전장에서 활개를 치던 한 시절이 있었고, 거기에서부터 크게 과장된 각종 이야기들이 전래되고 있다고 믿는 편이다. 전설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아마존 족의 생활과 전투방식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그리스 문학에서 아마존에 대한 최초 언급은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나타난다. 그러나 아마존 전설은 청동기시대였던 기원전 16~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5세기에 헤로도토스는 전설을 모아 아마존 족의 생활방식을 설명했다. 그 후 다른 역사가들도 이를 점차 발전시키고 전투에 관한 전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들에 의하면 아마존 족은 기존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미개지에서 살았다. 그곳은 그리스로부터 당시에는 먼 세계였던 북아프리카와 러시아 남부지역이었다. 그러나 문명세계가 점차 확장되면서 아마존 세계는 축소되고 사라지게 되었다.


아마존 족은 지방에 따라 희한한 무기와 무장을 갖추었다. 어떤 이들은 큰 뱀가죽으로 무장하고 활 · 도끼 · 투창 등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 아마존 족은 모두 집안에서만 활동하는 그리스 여자들과 같은 역할을 경멸했다. 그들은 사냥과 전쟁을 일삼았으며, 점령지에서 젊은 남자들을 골라 섹스를 즐기고, 철저히 여아들만 양육하고 남아들은 처치해버렸다.


아마존 족의 전술은 그리스 남자전사들의 보병 위주 밀집대형과는 달리 주로 말을 타고 활을 사용하며 습격하는 식으로 전투를 벌였다. 그리스인들은 활을 비겁한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무기로 간주했지만, 그들은 아마존 족 활 공격에 혼비백산하곤 했다.


그리스인들이 볼 때 아마존 족은 완전히 야만족이었고 그들과는 전혀 다른 별종이었다. 그리스 여자들과는 정반대로 그들은 전쟁을 좋아했고, 전쟁을 할 때도 그리스 남자들과는 정반대의 기술을 사용했다.


아마존 족의 최초 고향은 리비아였다. 이 지역에서 그들은 과일과 사냥감이 많아서 농경 대신 유목생활로 만족해하고 전쟁을 좋아하게 되었다. 전사들의 여왕 미리나(Myrina)는 제국 건설의 야심을 품었다. 그녀는 3만 명의 기병과 3천 명의 보병으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원정에 나섰다. 기병들은 질주하는 말을 타고 그 위에서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어 활을 쏠 수 있을 만큼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


미리나는 나일 강 서쪽에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아틀란티스를 침입했다. 그곳은 플라톤과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한 전설의 땅이었다. 여전사들은 남자전사들을 모두 살육하고 여자들과 어린이들을 포로로 획득하면서 쉽게 그곳을 점령했다. 미리나는 그곳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고 정복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인접지역의 다른 종족들로부터 수차례 공격을 받고 미리나는 추종자들과 함께 동쪽으로 탈출했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강국이었던 이집트 국경에 이르렀을 때 이집트 왕은 아마존 족이 이집트를 지나 아라비아 지방으로 달아나도록 허용했다. 그 뒤 여전사들은 시리아를 거쳐 소아시아 지방으로 가서 그곳에 여러 도시를 세우고 정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부터 서쪽 에게 해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벌이면서 그리스와 잦은 충돌을 벌이고, 일부는 동북쪽 흑해를 건너 우크라이나 지역까지 진출했다.


아마존 이야기는 여자가 주로 아이를 기르고 음식을 만드는, 즉 가사를 돌보는 역이 아니고, 거꾸로 집 밖에서 사냥과 전쟁의 역을 맡고 용감하게 싸웠지만, 결국 남자전사들로만 구성된 그리스 군대의 영웅적인 행동에 패배하고 사라졌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즉, 아마조노마키에서 그리스인은 승리하고, 그 승리로 그리스의 미래가 밝게 펼쳐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 족의 용맹은 역사시대에도 높이 평가되어 알려지고 그 정신을 이으려는 노력이 다소 있었다. 로마의 네로 황제(AD54~68)는 아마존 방패를 든 여경호원을 두었고, 코모두스 황제(AD180~192)의 왕비는 아마존 복장을 했으며, 매년 12월을 아마존의 달로 정하고 검투사 시합을 벌였다.


신대륙 발견 시대에 아마존은 정복의 상징이 되었다. 콜럼버스와 코르테스를 위시한 탐험가들은 아마존에 대한 소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전설과 소문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여왕 '칼리파(Califa)'의 이름을 딴 것이며, 남미의 아마존 강이란 이름은 그 주위에서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잽싸게 움직였던 여자 궁수들을 발견한 뒤에 생긴 것이다.


아마존 전설은 문자기록이 없던 선사시대에 사람들은 모계중심 사회를 구성하고 여존남비의 사상이 지배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또 그 당시 전쟁에서는 여자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마존 전설 - 선사시대 모계중심 사회의 여전사들(BC 16세기 ~ BC 12세기) (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2010.7.16, 가람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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